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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이토록 설득력있게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라지만 한 소녀의 생사에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을 보호해준 사람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로봇이라니...!

 

하지만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해관(이성민님)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로봇의 인공지능은 말이 되든 말든 아무 상관 없어집니다. 어느 순간 로.봇은 더 이상 로.봇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스포 많음 주의)

 

 

 

로봇의 정체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도청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미 국방성 정보수집기관 N.S.A(미국국가안전보장국)에 소속된 감청용 인공위성이에요. (영화 속 설정이긴 해도 N.S.A의 불법도청 의혹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니 N.S.A 입장에서는 이 인공위성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될 경우 그 동안 세계각국의 중요인사들을 도청하고 있었다는 의혹과 각종 음모론이 사실로 밝혀지기 때문에 아무도 알면 안될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 인공위성에게는 N.S.A.조차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 그 비밀은 로.봇.을 만든 설계자만이 알고 있습니다만, 로.봇.이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는 사실은 설계자도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설계자도 확신하지 못하는 로.봇.의 감성!

 

 

 

그러던 어느 날, 도청활동을 열심히 수행하던 이 녀석이 느닷없이 우주공간을 이탈해 지구로 복귀할 것을 (스스로)결정합니다. 지구로 향하는 이유는 위험에 처한 '그녀를 찾기 위해서!' 그녀가 누구인지, 왜 그녀를 찾아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왜 거꾸로 흐르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듯이!

 

 

 

로봇이 떨어진 곳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10년째 딸을 찾아 헤매던 해관(이성민님)의 눈앞이었습니다. 해.관.은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 맞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면 핸드폰주인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하게 되죠. 10년 동안 찾지 못했던 딸 유주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해관은 로봇과의 짧은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관.도, 영화를 보는 관객도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유주는 이미 10년 전 대구지하철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다만,

딸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딸을 자신의 방식대로만 키우려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죄책감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죠.

 

 

 

모든 것이 명백해지던 순간 해관에게 있어 로봇은 더 이상 필요한 존재가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이 영화 주제인 '부정'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바로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어요.

 

 

 

영화 초반, 과거 해관이 어린 딸 유주를 아이스크림 가게에 데리고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이곳을 둘만의 '비밀기지'로 삼자고 약속하는 장면은 영화의 중요한 복선 중 하나입니다. 이 세상에서 아이스크림가게 비밀기지를 아는 사람은 아버지 해관과 딸 유주밖에 없다는 사실이..!

 

 

 

딸이 죽은 지하철에서 오열을 하던 해.관.이 로.봇.을 공원에 놔둔 채 집으로 가고 있을 때,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은 해.관.과 딸 유주의 비밀기지인 아이스크림가게로 향해가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이 약 30초? 정도 나오는데 저는 요 장면 시작할 때부터 이미 울컥했어요 ㅠㅠ

 

 

 

세상에서 딸과 아버지 단 둘만 알고 있는 '비밀기지'. 이곳에서 로.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본 해관은 놀라우면서도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마치 딸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하지만 이미 세상에 알려지면 안되는 위험한 존재인 동시에 국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로.봇(소리)는 한국의 국.정.원.과 미국N.S.A 양쪽으로부터 표적의 대상이 된지 오래.

 

 

 

이때부터 해관은 로.봇.을 딸처럼 바라보며 로.봇.이 하고 싶었던 일(그녀를 찾는 일)을 도와주기로 결심합니다. 딸이 죽기 전 하고 싶어했던 일을 무조건 반대만 했던 아버지로서의 회한의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가 아닌 딸과 아버지와의 관계로 변화하는 과정은 급작스럽지 않게 조금씩 언급됩니다. 로.봇.에게 '소리'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해.관.(아버지)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자식에게 이름을 지어주듯이 말이죠.

 

 

 

귀여움과 웃음을 유발했던 핑크색 후드가디건을 고르는 장면도 '소리'가 여자,라는 설정을 표현해 주던 장면이었어요.

 

 

 

그리고 영화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 '소리'가 해관에게 들려준 소리는, 죽기 직전 아버지에게 마직막으로 남긴 유주의 음성메시지였지요. 개인적으로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아버지 해관이 로.봇.을 보호하는 이유가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 코미디적인 요소를 띄며 유쾌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로.봇.의 휴머니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재로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더군요^^ 이것저것 지적하기 시작하면 흠잡을 구석이 많은 영화지만, 그런 잣대를 굳이 들이대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말 재밌게 봤고요, 몇 장면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듯 합니다. 딸을 찾아가는 추리영화 정도로 알고 봤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코드가 더 진하게 다가온듯해요^^ 특히 이성민님의 연기력 진짜 짱짱!! 조금은 허술한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장본인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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